잠결에 찰나


새벽 3시에 벌떡 일어나신 남친님. 다급히 고양이의 이름을 연이어 부른다. 내가 왜 그러냐며 부스스 일어났는데, "얘가 꼼짝을 안해! 왜 이러지?" 하고 당황하고 계셔. 그래서 내가 아이 몸을 쓸어보았더니 죽은 듯이 잠들어 있다. 내가 안아올려서, "괜찮아?" 하고 말했더니 잠이 깬 아가. 갑자기 골골송을 커다랗게 부른다. 너무 잘 자고 있어서, 남친님이 건드려도 몰랐던 것이야. 남친님은 아가가 안 움직이니까 어디가 잘못된 줄 안 거지.

남친님은 꼭 새벽에 벌떡 깨서, 여기가 어디냐고 묻는데. 잠이 덜 깬 남친님은 겁도 많고, 금방 패닉이 돼. 나 없으면 어쩔까 몰라. 














사랑스러운 배웅 찰나

오늘은 지하철역까지 배웅을 못 나가겠다며 현관 앞에 털썩 주저앉은 남친님. 그리고, 품에는 고양이 한마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머리통이 귀여워서 슥슥 쓰다듬어주었다. 뽀뽀하고 현관을 나서는데, 속옷만 입은 남친과 아기고양이라는 그림 같은 풍경. 흐뭇해서 웃고 말았다.

















욕구불만과 꿈 1 찰나

어젯밤 꿈.

중학교 2학년 때 부반장을 했던 아이가 나와서. 유학도 다녀오고 원서 번역 일도 한다면서, 아주 훌륭해진 스펙으로 나에게 인사를 했다. 나는 그동안 편지에 대한 답을 못했던 이유가 내가 너무 찌질하게 살아서 그랬다며 변명했고. (실제로는 중학교 이후로 연락한 적 없음). 나는 반장, 그 아이는 부반장으로, 우리는 별 트러블없이(그다지 친하지도 않았고) 잘 지냈던 것 같다. 난 사실 친구에게 애착 가지는 성격은 전혀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 친구에게 같이 예매한 영화를 보자며 연락했는데, 그 친구는 갑자기 일정이 생겨 바쁘다고 했다. 나는 그렇다면, 예매한 것을 취소해야겠다 생각했고, 내가 너무 급하게 연락한 게 아닌가 고민했다. 

현실에서 나에게 미혼이며 일하는 여자친구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아마도 같은 처지의 친구가 필요해진 것이 아닌가 싶다. 누군가에게 내 삶의 고단함에 대해 하소연이라도 하고 공감받고 싶은 건가.

피로가 누적되다보니, 자꾸만 현실에서 없는 답을 찾는다.












욕구불만과 꿈 찰나

어젯밤 꿈.

과거 굉장히 싫어했던 직장 상사가 나와서, 나를 스카웃 하겠다며. 28개의 내 기획서를 검토하였다며, 자신의 회사 사람들과 다함께 나를 찾아왔다. 내가 당황해서 인터뷰를 하실 거냐며. 일정과 대략적인 연봉을 물었는데, 곧 다시 찾아오겠으니 준비하라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깨고 나니 황당. 자기가 연대 나왔다고 학력 가지고 사람 차별하는 걸로 대단하신 사람이었는데. 왜 그 사람이 내 꿈에 나온 걸까. 내가 요즘 박봉에 만성피로에 터널증후군에 이래저래 치어 사니, 귀인이라도 기다리는 모양이다. 내 안의 힘이 부족하니까. 만성피로를 어떻게 이겨. 우루사맨이라도 불러야겠어.

그리고, 또 하나의 꿈.

내가 평소 좋아하는 배우 K씨가 등장. 긴 바바리코트를 휘날리며 내 앞을 걷는다. 그는 마치 오빠처럼 나를 부드럽게 나무라기도 하고, 자기를 잘 따라오라며 말한다. 나는 이 사람하고 있으면 안심이구나 생각하며 안도한다. 오빠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꿈에서 깨니. 젠장. 나는 오빠가 없잖아. 게다가 K씨는 나보다 한참 어린 배우야. 내 남친은 요새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고 있잖아. 마치 퇴행한 것처럼. 어차피 내년에는 더이상 어린아이일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그렇게 하는 거라고 알고는 있지만. 나도 참으로 지쳤다고.

아, 나는 언제 단란한 가정에서 살아보나. 한숨 푹푹.














피곤한 단상 찰나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 당장 이번달 월세가 목을 조르겠지. 얼마의 여유분은 있어도 얼마나 버틸 지 몰라. 나의 어린 조카가 말했다.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인데 왜 돈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되냐고. 이것이 여섯살 아이의 사고력인지 놀라운데 그가 덧붙인다. 인간도 개나 고양이랑 똑같은 동물이잖아요. 동물들은 생명을 탄생시킬 때 돈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왜 인간만 돈이 없어서 결혼도 못하고 아이도 못 낳는 거에요? 돈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을 못하는 건 너무해요.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그래그래, 라고 호들갑떨며 맞장구를 쳤다. 그리고 가슴 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회사를 다니면 돈은 번다. 그런데 출산을 하면 회사를 못 다닌다. 이 회사는 조그만 회사라,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나서 다친 사람도 한달을 못 기다려주고 나가라 했다 한다. 열심히 일해서 돈 많이 벌라 한다. 열심히 일하면 월급 많이 준다는 얘기는 아니다. 회사가 미친듯이 돈을 많이 벌면 인센티브를 줄 지도 안 줄 지도 모른다 한다. 그걸 믿고 죽을둥 살둥 일하라고. 매일 아침마다 피곤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여기서 내 인생이 버티는 게 언제까지인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당장 대안이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 당장은 버틴다.

이게 답이 있는 일상일까.

막내는 인생의 로또는 부모 잘 만나는 거라는데. 그래서 그는 어떤 불행이 닥쳐도 심드렁하다. 우리가 뭐 언제 미래 대비하고 살았어? 그냥 버티는 거지. 미래의 계획을 세울 수 없는 인생이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직장에 의존적이라며 회사가 망하거나 정리해고하면 알아서 살아나가야 하는 거 아니냔다. 그래서 희망버스도 이해가 안된다고. 왜 당사자 아닌 사람들이 난리냐고. 나는 살 궁리 다 있다며 자신만만한 사람들이 왜 남 아픈 줄은 모르는 걸까. 얄팍한 심장에 헛웃음이 나와. 당신같은 사람들 때문에, 희망버스가 필요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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