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공 줍기 찰나

그는 테니스 레슨 30분에 임하며 땀을 뻘뻘 흘리고, 나는 테니스 코트 뒷편에서 라켓과 공이 움직이는 것을 구경했다. 레슨이 끝나고는 코치가 나도 불렀다. "공 같이 주워야 빨리 집에 가지." 언제 봤다고 반말이십니까. 그런데, 가만 보니 이 사람 모든 회원들에게 반은 존대 반은 반말이야. 관대한 나는 너의 대화 스타일을 인정해주겠다. 나는 대꾸없이 몸을 움직여 테니스공을 주웠다. 동글동글 굴러다니는 공들을 한켠으로 모으고, 허리를 숙여 공들을 주워 바구니에 넣는다. 말없이 수십번의 반복 작업을 하다보니, 드디어 테니스 코트가 깨끗해졌다.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은근히 칼로리 소모하고 있는 기분이야.

그와 나는 코치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인사를 하고 테니스코트를 나온다. 그가 말한다. "나 서른이라고 거짓말 했는데, 저 코치 또래거나 나보다 어릴 것 같지 않아? 그런데 맨날 반말이야." 어쩐다. 나도 그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말씀이란 위와 아래가 있어야 하는 법. 말이 위아래가 없다고 마음도 위아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위아래없이 말하는 사람의 마음이 어찌 쉽게 존중과 존경을 알겠나. 그래도 나와 그는 똑같은 관대한 사람들. 우리는 둘이서만 조금 꿍얼대며 사이좋게 집으로 돌아갔다. 배가 많이 고팠거든. 예의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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