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6> REVIEW_BOOK

책은 드디어 우주적 농담으로 끝나고 말았다. 아쉽게도. 이 즐거운 지적 유희가 끝났다는 것도 아쉽고, 오늘의 귀가 버스에서 잡고 있을 텍스트가 바닥났다는 것도 아쉽고. 다음 책은 무슨 책을 고를까. 일요일의 도서관 나들이도 기대된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한 세계와 존재를 창조하고 또 일시정지시킬 수도 있는 '위대한' 독자인 나의 독서 이유는 무엇일까. 삶이 주는 고통,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무능감을 덮을 도피 욕구와 지적 고양을 위한 허영심이 아마도 독서욕의 주재료일 테고, 무엇보다도 빠질 수 없는 것은 이야기를 소비하는 즐거움, 수백 수천개의 다른 나를 리플레이 할 수 있다는 놀이감각이겠지. 페이지 안에 갖힌 미카엘 팽송처럼 나는 나의 삶 안에 갖혀 있잖아. <시크릿>의 원리를 말하는 수많은 간증들은 우리가 우주인 동시에 신과 같다고 부르짖지만, 왜 나는 부자가 아니고 예쁘지도 않고 가족도 없이 늙어가고 있느냔 말이지.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가치들을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구하지 않았다고 반성해야 하는 건가 생각하면, 그것이야말로 시크릿의 추악한 뒷면 아닌가. 너의 불행은 너의 무능한 상상력 탓인 거야. 맙소사. 하지만, 차라리 내가 어떤 소설이나 영화 속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차라리 나을 지도 몰라. 나는 제대로 된 궤도를 따라가고 있는 거지. 작가의 의도대로 어차피 정해져 있는 운명이니까. 만약 자신이 어떤 텍스트 속의 주인공인 것이 억울하다면, 너도 (당연한 논리의 결과로)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보라는 거야. 그야말로 삼류작가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로 자신을 더욱 빛나게 만든 베르베르 베르나르님이시여.

그는 상상력의 극한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세상과 신과 자신과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창조해냈다. 신이 어디있냐고? 여기 있잖아. 이 책이 바로 신의 결과물인 걸. 나도 할 수 있고 너도 할 수 있어. 아직 하지 않을 것일 뿐. 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생각을 따라 여러가지 주제들에 대한 통찰과 실험을 연습할 수 있었어. 그는 정말로 자신의 육체와 섹스와 작가로서의 재능과 자신의 책이 창조되는 방식을 사랑하고 좋아하고 누리고 있어. 어찌나 일관되게 그것이 드러나는데, 미카엘 팽송은 노골적인 자기애로 넘친단 말이야. 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일부분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단언하겠어. 

어쨌든, 책을 반납하기 전에 나의 생각을 기록해두어야겠지. 이 책을 당분간 다시 펼치기는 힘들 테니까. 

p385

... 사람들은 종교와 과학이 상반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그 둘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마비시키고 있어. 그것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는 아무 책임도 없으며, 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믿게 만들지...

애초에 바운더리를 만들고 분류하고 가두는 것이 시스템을 움직이고자 하는 부류들의 본성이지. 아, 무섭다. 그러니까, 과학이든 종교들 거기에 갖힌 사람들과는 가슴이 답답해서 대화가 통하지 않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어서, 정말로 행복한 걸까. 

p387

... 낙원이란 거주하는 특정한 장소라기보다는 탐구의 결과가 아닐까? ...

라고 나도 생각해. 낙원이니 파라다이스니 이데아니 천국이니. 그저 교회에 들어가 헌금하는 것으로 손쉽게 천국을 사려 하다니. 소중한 생명이라는 축복을 소비하는 인간으로서, 그렇게 쉽게 삶을 계산해버리면 안돼. 

p417

... 위가 됐든 아래가 됐든, 어떤 세계에서도 우린 저마다의 행복을 찾을 수 있어요. 차원이나 크기나 장소의 문제가 아니에요. 의식의 문제죠. ...

아프로디테의 계획대로 18호 지구에서 다시 아에덴으로 돌아온 미카엘 팽송의 말이다. 드디어 우리의 주인공이 깨달으셨어.
 
p449

... 우리의 운명은 오직 앞에만 있을 뿐, 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겠죠. ...

네. 우리의 운명은 오직 앞에 있을 뿐이죠.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은 정말로 시간낭비일 뿐이거든요. 그런데도 나 자신의 과거 뿐 아니라 부모님의 과거까지 거슬러 올라가 한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면, 어찌나 한심한지. 그러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돼. 왜냐하면, 과거를 재단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소심하고 간단한 창조이기 때문이야. 아, 눈물난다. 나도 앞으로 달려가 날아오르고 싶다고. 

신이 되자. 그리고 더 행복해지자. 내가 늘 하는 얘기. "우주를 상상해보세요." 자신의 뼛속에 새겨야 할 말이잖아 사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