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가 젤 싫어하는 남자 스타일이 딱 이래. 하얗고. 가늘고. 어리고. 뽀얗고. 건방지고. 지가 사랑스럽다는 걸 알고. 그런데, 하필이면 이 드라마를 본 거야. 연상연하 커플인데 어린애가 근거도 없이 널 지켜줄게, 하는 설정. 시작부터 손발 오글거리고. 여주는 막돼먹은 캐릭터인데 주변 남주들은 다들 이 여자만 바라봐. 이 여자가 무슨 짓을 해도 다 좋대. 말이 되냐고.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1. 욕 잘하고 안하무인이고 위아래 없는 성격이야.
2. 자기 관리 안 되어서 집안도 완전 드러워. 
3. 술 퍼마시고 꽐라 돼.
4. 요리 못해.
5. 종종 지랄해. 

그런데 얼굴은 이뻐. 나이도 많은데 막 지가 귀여운 줄 알아. 그래도 알고 보면 불쌍하니까 여주라는 설정. 

미치겠다. 이래서 드라마 보면 여자들이 막막 판타지에 세뇌된다고. 보통 사람들은 이런 여자 안 좋아해. 남자가 이런 여자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타인들은 이런 캐릭터를 보면 별로 안 이뻐한다고. 불편해한다고. 뒤에서 욕한다고. 갑자기 막 섹시해보이고 여성스러워보이고 안쓰러워 보이고 그렇지 않다고. 

특히나 3번.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내가 술취해서 정줄 놓으면 남주가 조용히 업고 집에다 모셔다주지 않는다고. 지갑, 가방, 구두 잃어버리고, 얼굴이나 몸에 찰과상 입고, 어디 모텔이나 이런 데서 눈 뜨기 일쑤라고. 때로는 성관계를 한 건지 안 한 건지도 모르는 수도 있다고. 일 끝나고 남자가 도망칠 수도 있다고. 왜 이런 위험한 서사를 로맨틱하게 묘사하냐고. 

얘기가 딴 데로 샜는데. 

드라마 자체는 충분히 재밌었고. 캐릭터들도 충분히 사랑스러웠고. 왜냐하면 애들이 비현실적이게 완벽하고 특별하니까. '연애 공상 드라마'로 본다면 흥미롭게 감상 가능한 텍스트였다고 생각은 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재밌게 봤다. 시간 여행 아닌게 어디냐며. 

한편. 요즘 연애 공상 드라마들이 차고 넘쳐서 현실적인 연애인들에게 꾸준히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굿닥터]에도 나오던데 술마시고 꽐라되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컨벤션은 제발 좀 뜯어고치면 좋을 것 같다. 작가들아, 반성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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