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키스/ delicacy] REVIEW_MOVIE

오드리 또뚜 주연. 프랑스 여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예쁜가. 어떻게 저렇게 사랑스런, 여성스런 옷을 입는가. 저 판타스틱한 핏은 도대체 어떻게 만드는 건가. 메이크업 하지 않아도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지!

라면서 감상. 

(스포 잔뜩)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사별하고, 직장생활 하다, 또다른 사랑을 만나는데. 그게 사람들이 반길만한 상대가 아니야. 하지만,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남자의 숨겨진 장점들을 사랑하며 행복해진다는 내용. 하지만, 선남선녀의 로맨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나는 절대로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남주의 비쥬얼에, 다른 조연들처럼 똑같은 불편함을 느꼈지. 그는 유머감각과 시를 쓰는 감성과 예의바름이 있지. 그리고 일생일대의 사랑을 소중하게 여기는 순진함이 있고. 

하지만, 그래서. 그녀는 그의 장점만을 볼 수 있을까. 계속?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할머니처럼 그의 인간성만을 보고 사랑할 수 있을까.

여주는 참 아름다운데. 그녀가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난 feminine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저기에 있구나 감탄하는데, 연애하는 주체의 외모는 중요한 건가. 연애하는 주체로서 여성을 바라볼 때, 연애는 여성성 자체를 강조하게 되는가. 연애는 여성성을 기반으로 성립하는가. 나는 왜 그녀의 외모 퀄리티와 남주의 외모 퀄리티의 갭을 불편해하지? 

미친 건가. 나도 철저히 세뇌당한 건가. 영화나 드라마 속의 완성도 높은 연예인들의 외모에 세뇌당한 거야? 그래서, 우리나라의 성형산업이 그렇게나 번성하고, 연애를 하기 전에 성형을 좀 해야겠다, 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건가. 

왜 외모 가지고 그래. 왜 껍데기 갖고 그래. 비쥬얼 준비하는 시간을 버리고 사랑해야 맞지 않니. 그런데, 왜 사람들은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가.

그리고, 또 나는 카톡 프로필들을 멍하니 들여다보다 발견하지. 오랫동안 모쏠로 살아온 것 같은 남자가 갑자기 연애인으로 각성하여 연인을 만나지. 개인적으로 선남선녀라 할 수 없는 캐릭터들인데, 행복해서 못 살겠다는 듯 사랑을 자랑하는 프로필. 부러운가, 자문해보면 역시 아니야. 결혼한 가족의 프로필들도 많지. 그런데 전혀 부럽지 않아. 얼마 전 모 작가의 가족사진을 보았는데, 어머나, 너무나 못생긴 가족인 거야. 왜 외모로 작가를 평가해. 왜 남의 가족을 미인이나 아니다 평가하냐고. 천박하게. 예쁘지 않으면 연애도 결혼도 의미없는 건가. 미추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내 시선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된 거야. 거울을 들여다보며 내 얼굴의 추함에 깜짝 놀라는 건,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냥 자신의 얼굴인데, 왜 아름다워야 한다고 고민하고 한탄하고 실망하는 거지. 아름답든 아름답지 않든, 나는 그냥 나잖아. 

하지만, 고양이를 볼 때도 어리거나 귀엽거나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보면 시선이 더 오래 머물지. 못 생긴 고양이를 보면, 고양이도 못 생길 수 있구나 금방 존재하지 않는 양 머리속에서 그 고양이를 지워버려. 공원에서 아기들을 만날 때도 생각해. 예쁜 아가들을 보면 마음을 빼앗기지만, 못생긴 아가를 보면 너도 나중에 힘들겠다, 생각해. 

물론, 난 교양인이니까 타인의 미추를 비교하거나 공개적으로 언급하진 않아. 그런 걸 생각하는 내 자신이 천박하다 생각하고, 자신의 몸와 얼굴에 칼을 대고 다이어트 강박에 빠진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해. 하지만,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건 또 인간의 본성이잖아. 아름답다는 건 건강하다는, 균형잡혔다는, 생존확률을 높인다는 싸인이라, 미적 존재를 추구하는 건 인류의 본능이라고. 

... 라고 자기변명 해보았자. 

나는 이미 썩었어. 솔직히 나는 내 고양이들의 아름다움에 매일 반복해서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그들을 책임지는 것 같기도 해. 내가 내 안에서 미적인 요소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더 좋아하게 되지. 분명 내가 추한 부분도 끝없이 많지만, 가끔 가다 발견하는 아름다움들은 나를 안심시키지. 자기애와 자기혐오를 번갈아 느끼는 게 인간의 존재 방식이 아닐까. 어처구니 없을 만큼 자신을 사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약점과 단점을 못 찾아서 안달이 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고 싶을 사람을 만날 때도, 그가 가진 단점이나 약점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채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그래야, 나중에 내가 그를 혐오하게 되었을 때, 난 내가 이런 부분을 이미 알고 있었지 않았나 설득하고 내 감정의 진위를 좀더 근본적인 부분에서부터 고민할 수 있을 테니까.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이면서, 완벽하기를 꿈꾸기 때문에, 나는 늘 현실에 매일 새롭게 적응해야 하고, 세상에는 당연한 것들이 없지. 죽을 때까지 낯선 세상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사람들은 모를 거야. 

언제나 여기가 어디일까 생각해. 그런 의미에서 연애와 결혼은 분명 필요한 건지도 몰라. 

아, 영화와는 전혀 상관없는 넋두리. 의식의 흐름 대로 쓰게 되네. 숨어있기 좋은 블로그니까. 






별점 OOOI(사실 노멀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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