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코끼리/黄色いゾウ] REVIEW_MOVIE

미야자키 아오이는 [신의 카르테], [배를 엮다], [남편이 우울증에 걸려서]에서 보듯. 같은 듯 미묘하게 다른 아내 역할 전문 배우인 것 같아. 초식동물 같은, 어린아이 같은, 소녀 같은 여자. 

맨날 가녀린 몸에 말간 맨얼굴. 나이를 어디로 먹는 거야. 진짜 신기해. 

무카이 오사무는, 첫눈에 반한 사랑을 동력으로 인생을 사는 소설가 남편 역할. 무카이 오사무는 워낙 분위기가 좋아서 무슨 역할을 맡겨도 다 소화가 되는구나 싶어. 





(스포 만땅)






첫눈에 반해 함께 살기 시작한 커플이, 서로를 차츰 이해해 가며 결혼생활을 이어가는 스토리. 

일상의 안온을 누리면서 동시에 이것이 언제 깨어질지 모른다, 두려워하는 츠마. 안전하다고 느끼는 감각과 이 행복이 어느 순간 어떤 위험으로 인해 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은 공존하지. 불행은 행복의 그림자, 행복은 불행의 뒷면이잖아. 

자신의 불안을 상대가 해결해주길 막연히 바라며, 대화도 못하고 질문도 못하는 바보들. 누군가 지켜야 할 대상이 있다는 이유로, 살아갈 동력을 얻는 무코는 '사랑하는 일'을 통해서 과거의 기억과 상처를 넘너들고, 삶과 죽음을 정의내리고, 자신의 본질을 생각하고, 소설을 쓰지. 사실 둘은 지적수준도 다르고, 인식체계도 다르고, 당연하게 말이 안 통하고, 대화도 없어져. 하지만, 혼자 있는 건 싫으니까, 헤어지고 싶진 않지. 자신의 사람을 지키는 방법을 모르는 츠마는, 의존적으로 살아가며 자기표현도 못하면서 감정적으로 치닫고, 괜히 서럽다가 괜히 행복하다가 어린아이처럼 어리광부리며 동화의 세계에서 살아가. 그걸 다 받아주는 유일한 남자가 아마도 무코겠지. 직장생활 했다가 쫒겨날 것 같은 츠마를 비교적 자연에 가깝게 살 수 있는 시골마을에 데려간 것도, 어쩌면 무코가 그녀를 온실 속의 화초로 보호하겠다는 의지 아닐까. 덕분에 자신도 도시에서 치열하게 부대끼며 살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쫒아 글을 쓸 수 있고 말이야. 

자신을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는 여자들은 그래. 히스테리 부려도 되고, 어리광 부려고 되고, 아파도 된다 생각하지. 이런 스테레오 타잎은 누구의 관점인 거야. 자신이 보호받는 존재였던 여자 작가? 아님, 구해내야 하는, 보호받아야 하는 여자가 필요했던 남자 작가? 왜 이런 캐릭터가 필요하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에 감정과잉이 필요한 건, 철없는 청춘일 때뿐 아닌가. 

츠마는 그가 있을 때 잘해주지도 못하면서 (기억 속의 존재 혹은 자신이 모르는 가상의 존재라도) 그가 혹시라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지. 무코의 사랑을 독점하고 싶다면 물어봐야 할 것 아냐. 왜 갈등의 본질에 다가서려하지 않으면서 우울증에 기대려 하지? 

답답한 여자와 갑갑한 남자의 이야기.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했지만, 정말로 둘은 소통하고 있나 의문이야. 

하지만, 사랑의 위대함을 믿었던 과거의 나는 역시 그녀와 똑같았지. 나는 늘 아팠고, 세상의 모든 존재들과 대화했고, 그는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지. 나는 내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았고, 그는 자신의 과거와 아픔을 종종 털어놓으며 내가 그걸 이해하고 받아주길 원했지. 몰랐던 그의 뒷면을 알게 될 때, 나는 그에게 있어 고해성사를 받아주는 성녀가 된 기분이었어. 혹은 모든 것을 다 분쇄해버리는 기억의 블랙홀. 구멍. 암흑. 제로. 무와 소멸의 세계인 기분이었지. 

사랑하는 동안은 이대로 죽어도 좋다 생각할만큼 행복했어. 동시에 지독하게 불안했지. 달, 소철, 꿈속의 코끼리와 대화하는 그녀처럼 나 역시 달밤의 공원에 앉아 어디에 있는지 모를 신에게 말을 걸곤 했지. 이대로 시간을 멈추어 달라고. 뻔하고 당연한, 동네 슈퍼의 과자 한봉지도 새롭고 신기하고 귀한 맛이었으니까. 사랑한다는 건, 낯선 행복을 스스로 창조하고 그것에 세뇌당하고 지배당하는 일일지도 몰라. 어느날 문득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돌아올 수 있어도, 이미 사라져버린 마법이 여전히 계속되는 양, 자신과 상대와 세상을 속이며 재차 마법이 걸리길 바랬지. 자주 성공했고, 자주 실패했지만. 

초식동물처럼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것이 요즘의 힐링 무비들이 보이는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어. 







별점 OOO(미야자키 아오이 + 무카이 오사무의 조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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