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REVIEW_DRAMA

일드. 2010년 작. 모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했다. 사실 나는 모성애 같은 건 믿지 않는 주의라서. 모성애든 부성애든,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를 지키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죠. 하지만, 자신보다 연약한 개체를 파괴하고 학대하고 싶은 것 또한 인간의 본능. 생존의 위협을 느낀 개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것 같아. 자신의 세계를 지키거나 파괴하거나. 아니면 살아있다 느낄 수 없잖아. 









(아래에서부터 스포일러 만땅)







캐릭터 하나하나가 아주 흥미롭다. 

1. 스즈하라 나오 역/ 마츠유키 야스코
입양아로 자라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고 오직 연구주제만을 향한 목석같은 삶을 살아온 여자.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를 향한 지향도 없다. 버림받았다는 자각 때문에 같은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의도적으로 관계를 외면하며 살아온 듯한 인물. 관계가 없으면 당연히 실패도 없지. 하지만, 그것만으로 행복하긴 힘들잖아. 그래서, 그녀는 어느 날, 학대받는 아이를 대상으로 쉽게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를 욕망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나오가 이기적인 판단을 했다 생각한다. 아이를 돕고 싶었다면 굳이 유괴하지 않았어도 되었어.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게 얼마나 지난한 세월을 거쳐야 가능한 건데. 그걸 다 뛰어넘겠다는 욕심을 품었다면. 세월이라는 비용없이 아이를 구한다는 빌미로 유괴를 했다는 건, 역시 범죄의식이라 생각한다.  

사실 마츠유키 야스코가 꺄꺄 귀여운 캐릭터로 나온 작품을 본 적이 없다. 그녀가 막 웃기게 망가지는 작품 아는 사람? 한번 보고 싶어. 

2. 레나 + 츠구미 역/ 아시다 마나
물론 실제로 이런 아이가 존재하진 않겠지. 나름의 생존방식을 선택해서, 누군가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을 찾아 필사적인 아이. 동물같은 본능만 남아, 격렬하게 버림받는 일에 저항한다.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캐릭터인데, 아시다 마나의 놀라운 연기력으로 커버. 첫주연작이라는데 정말 천재다, 천재. 

게스트로 나온 방송에서 엿보이는 모습을 보면, 이 아이는 정말로 맥락을 읽는 능력이 뛰어나고, 자기 표현이 매우 당당하고 자연스럽다. 어른들이 자신에게서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 잘 안다. 타고난 연기자이자 엔터테이너. 외모만 역변하지만 않으면 평생 롱런도 가능할 것 같아.  

3. 모치즈키 하나 역/ 다나카 유코 
젤 사연많은 역할을 한, 국민 어머니 다나카 유코. 어머니로서의 정체감만으로 저렇게 평생을 살 수 있을까, 사실 난 모르겠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평생을 바친 여자. 그녀의 모든 선택은 오직 '딸을 지키기 위해서'를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겉과 속이 모두 '모성'으로 꽉 채워진 듯한 여자. 

몰라. 이 정도가 되면 정말로 종교인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어. 이런 여자의 말이라면 믿고 싶어지지. 그녀의 이발소와 주거공간 모든 곳이, 전부. 어머니, 라고 말하는 듯 해. 

4. 스즈하라 토코 역/ 타카하타 아츠코
사실, 이 작품에서 가장 멋진 엄마였다 생각해. 능력있고 시원시원하고 현명하지. 자신 안의 두려움에서 도망치지 않아. 매번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 위해 움직이고, 이것이 정말로 정답인가 고민해. 그리고, 답이 아니면 방향을 바꿀 줄도 알지. 서브 캐릭터가 되었지만, 만약 나에게 어떤 모성의 모델을 지향하냐 물으면, 이 여자처럼 되고 싶다고 대답할 거야. 

5. 미치키 히토미 역/ 오노 마치코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우면 미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인물. 하지만, 난 이런 설정에는 반대하지. 그녀는 애초에 아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었어. 처음에는 남편만 믿고 엄마가 되었고, 남편이 자신을 속이고 도망치고 난 뒤에는 서서히 미쳐가지. 

아이를 방치하거나 학대하거나, 잘 키우다가 간헐적으로 학대하거나. 물론, 일관성을 지키는 어머니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잘 키우다가 간헐적으로 미치는 게 모성의 본질이 아닐까. 자기통제가 제대로 되는 완성된 인격은 드물잖아. 애초에 이상적인 사랑의 형태를 모성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히토미가 제대로 된 엄마가 아니라는 비판이 가능한데. 이상적인 사랑이 없는 것처럼 이상적인 모성도 없다고 봐야 하지.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를 학대하고 방치하면서 생존하는 그녀에게는, 비뚤어진 모성을 욕하기 전에 제대로 된 자립을 만들어주는 게우선이라 생각해. 만약 그녀가 경제적으로 넉넉했다면, 절대로 저런 폭력성은 나오지 않았으리라 생각해. 물론, 그렇다고 가난이 그녀에게 면죄부를 줄 순 없지만. 

6. 후지유키 슌스케 역/ 야마모토 코지
도망치는 나오와 레나에게 악역도 했다가 조력자 역할도 했다가 하는 인물. 그 역시 생존 때문에 역할을 바꾸는데.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사람에게 여러가지 동기요소를 만드는 것 같아. 죄책감은 정말 무서운 거다. 사람을 정말 밑바닥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또는 어마어마한 에너지로 치환되기도 하고. 

유일하게 입체감 있는 캐릭터이자 드라마에서 긴장감을 만드는 인물인데. 사실 이 캐릭터가 없었으면 드라마 러닝타임은 절반으로 줄었을 듯. 

그 외에도 재밌는 캐릭터들은 많았지만 여기서 줄이고.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는, 모성 찬양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나 역시 울어야 할 때는 착실하게 엉엉 울며 드라마를 봤지만. 워낙 눈물코드가 지뢰밭처럼 정교하게 장치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서도. 나오와 레나의 도피를 응원하며 봤지만. 그래도 결말은 좀 씁쓸하잖아. 결국 엄마없이 자라게 된 아이라니.   

나야 순응적 시청자는 아니니까. 모성의 노선도 선택 가능하다는 것. 모성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정도 납득했고. 부모 되는 건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가끔 미칠 때조차 감당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경제력과 인적 네트워크와 신념이 없다면 함부로 부모 될 수 없다는 것. 

역시 어머니는 아무나 할 수 없구나 싶었어. 

   




별점 OOOI (드라마의 몰입도와 아시다 마나의 존재력은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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