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우 치는 밤에/あらしのよるに] REVIEW_MOVIE

이게 뭐라고 엉엉 울었다. 

작화는 이뿐 줄 모르겠는데. 두 주인공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참 공손하고 예의발라서 마음에 쏙쏙 들어온다. 알고 보니 더빙한 배우들도 (늑대역에) 나카무라 시도, (염소역에) 나리미야 히로키였다. 뭔가 이미지도 어울려. 

원작이 그림책이라는데, 아이들이 읽기에는 잔인한 내용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

(아래로부터 스포)











서로 다른 종족이면서 죽고 죽여야 하는 입장인데, 그걸 뛰어넘는 희생과 노력과 시스템을 넘어서기 위한 탈출까지. 이상향을 찾아가는 여정도 그렇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걸 우정으로 대치하거나 연인이나 부부 관계로 대치해보아도, 서로를 운명공동체라고 느낀 커플이 상대를 위해 목숨을 포기할 정도로 깊어지는 애착이 매우 이상적으로 그려진 듯. 저런 우정, 저런 사랑 가능할까 싶어. 물론, 두 사람만 믿으면 그곳이 바로 사랑이 이루어지는 파라다이스지.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부여받은 1차 집단 정체성을 못 버리잖아. 많은 것에 갇혀 살며, 바깥의 기준이 정해준 나다움에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야 하는데, 이 아이들은 서로 마음이 통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믿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얘네 뭔데 이렇게 용감하고 멋지니. 

만약, 사람과 사람이 이렇게 만나서, 순수하게 사랑하고 삶을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인상 깊었던 장면은.

늑대가 염소가 잠든 사이에 들쥐들을 잡아먹고 은신처로 돌아오는데. 염소가 뭐라고 하니까 늑대가 막막 미안해하는 거야. 굶어죽을 순 없으니까 다른 생명을 먹을 수 밖에 없는데, 염소는 그런 방식으로 사는 늑대를 선택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그 부조리를 감당해야 해. 늑대 탓이 아닌데 뭐라고 한 소리 해놓고, 나중에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풀 수 없는 갈등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정말 사랑하면 그걸 넘어서는 방법도 분명히 생길 거라는 메세지를 읽었달까. 

생명을 대하는 입장 차이보다 더 한 게 있겠어. 죽고 사는 문제를 넘어설 수 있으면, 그 다음에는 다 작은 문제 아닐까. 그러니까, 대체로 우리가 사랑할 수 없는 차이나 차별 같은 건 없다는 얘기지. 그런데도, 우리는 정말 사소한 이유로 쉽게 관계를 포기하고 도망치는 것 같아. 

늑대와 염소는 조건 때문도 아니고 외모 때문도 아니고 능력 때문도 아니고. 서로가 진솔하게 대화 나눌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친구가 되었어. 우리는 왜 그렇게들 어렵게 사는 걸까. 다들 외롭다면서도 누군가에게 진짜 친구가 되려는 노력을 감당할 의지는 있는 걸까, 싶기도 하고. 

관계라는 게 참 쉬지 않은데. 모든 관계의 시작에는 약간의 착각과 연출과 타이밍도 중요한 것 같아. 물론, 그게 다 준비되는 게 인연이겠지만. 

(그리고, 알쏭달쏭한 엔딩. 전설의 숲을 찾아냈다는 시점부터 모든 게 염소의 착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아름다운 풀밭에 도착했는데 왜 애가 시들시들 죽어가. 늑대가 없어서 그랬나. 그러다 늑대를 만났는데도 또 기절. 깨어나서 울다가 늑대가 정신이 돌아와서 꿈속처럼 아름다운 만월의 밤에 함께 해. 해피엔딩인데 해피엔딩 맞아, 싶어서 또 마음이 서늘. 꼬질꼬질해져서 죽어가는 염소의 환상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그런 거라면 엄청 슬픈 엔딩인데. OTL) 








별점 OOOI (뜻밖의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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