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さいはてにて-かけがえのない場所-] REVIEW_MOVIE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스포 있음]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 사람을 사귀려면 힘이 든다. 적당히 외로움도 빈틈도 있는 사람을 만나야 친구가 될 수 있다. 세상의 끝인지 아닌지 바닷가에 외딴 창고. 폭풍우 한 번 치면 와장창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창고에 어린 시절 헤어진 아버지와의 추억을 남겨 둔 아이. 부모의 이혼을 자신의 탓이라 여기는 죄책감. 어른들의 실패는 왜 항상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는가. 어른과 아이는 어쩔 수 없이 기억으로 연결되어 있고, 아이가 부모라는 껍질을 깨고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컨셉을 굳이 따지자면, 로스팅 카페인데. 진짜 너무 근사하지. 도쿄에서 잘 나가던 로스터리라 개미 한 마리 손님 들지 않아도 온라인 판매로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는 설정.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어른이라니. 멋지지 않나. 가을 낙엽처럼 물기없이 나이드는 여자지만, 커피향이 베는 삶이라니, 역시 근사하다.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만날 때의 황홀함. 

그 찰나의 행복을 너무 잘 그려낸 영화. 이 영화에서 새겨야 할 생존의 키워드는, 1.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해. 2. 자영업을 해서 먹고 살려면 부지런해야 해. 3. 사람의 마음을 잘 읽어야 소통할 수 있어. 4. 뭘 하든 공간이 있어야 살아남아. 정도. 

평생을 기다리고 싶은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가져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어. 좋아할 수 있는 어머니란 어떤 존재일까. 

영화에서 인상깊었던 씬 하나. 

미사키가 강간범에게 당하다 에리코의 도움으로 경찰을 부른 뒤, 드디어 사건 수습하고 카페에 둘이 남아 나누는 대화. 그런 일을 겪고도 왜 그렇게 태연하냐고 하자, 미사키가 대답한다. 괜찮은 게 아니라, 그런 일에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폭력에 좌절하고 울고 무너지면 지는 거잖아. 지는 선택은 하고 싶지 않은 거지. 나 역시 그동안 지고 싶지 않아서 괜찮은 척 했던 걸까. 좌절하고 울고 무너져도, 결국 제 힘으로 일어나야 하는 걸 아니까.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니까. 언제나 구원은 셀프니까. 강하지 않으면 하루를 살아낼 수 없으니까. 

그런 마음으로. 

한 잔의 커피를 내리면서. 누군가가 타 주는 커피 한 잔의 친절 정도만 바라면서.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게 가장 아름답지 않나. 그래야, 누군가가 기다리는 사람도 되어 줄 수 있잖아. 

때마침 원두도 다 떨어졌고. 커피나 주문해야겠다. 


* 나가사쿠 히로미는 [남의 섹스를 비웃지마] 에서도 인상깊었는데 세상에 40대 중반이시라니. 놀랍다. 진짜 나이를 알 수 없는 동안. 내가 넘 좋아하는 스타일. 




별점 OOOI (힐링 무비!)



덧글

  • 따뜻한 허스키 2015/11/29 09:48 # 답글

    첫 서문이 너무 근사해서 들어왔어요!.. 일본영화는 잘 안보는데.. 포스팅에 치유받고 갑니다!
  • 람람 2015/12/03 02:11 #

    백 년 만에 덧글 달려서 반갑네욤. ^ㅅ^ 힐링 무비, 라는 장르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일본 영화는 요런 치유계 영화들이 많은 듯 해요. 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보면, 위안이 되는 것 같습니당.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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