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시려운 방 찰나


찬바람이 들어온다. 손이 시렵다. 방바닥에서 최대한 가까운 포즈로 일을 해야 한다. 일어서는 것조차 추워. 다이소에서 별것 별것 다 샀다. 뽁뽁이에 방풍비닐에, 또 뭐야, 결로 생길 때 습기를 머금어서 흐르지 않게 해준다는 방습 테이프며. 이게 다 뭐람. 

정말 오랜만이다, 손이 시려운 방. 

어릴 때는 내내 온 집안이 추워서 공부고 뭐고 이불 속에만 들어가고 싶었지. 늘 배고프고, 늘 춥고, 언제나 생활보다 생존이었지. 20대 초반에도 화장실이 바깥에 있어서 정말 추웠는데, 여기도 욕실이 엄청나게 추워. 다시 기억이 돌아왔어. 사람 사는 곳이 이렇게 추울 수도 있구나. 집이란 게 쌀수록 허술해지는 거지. 바깥과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거지. 온기가 있는 집이라는 게 얼마나 비용대비인지. 

일주일 정도 걸리긴 했지만, 옷장 정리와 서류 정리를 빼고는 모든 정리가 끝났다. 

이제는 정말로 최소한만 소비하면서, 공간을 관리하면서, 짐을 늘리지 않으면서, 에너지 효율적으로 살고 싶어. 잠깐의 산책만으로도 기분 좋아질 수 있도록, 마음 비우면서 살고 싶어. 정말로 만나고 싶은 친구만 만나면서 살고 싶어. 정말로 좋아하는 책만 읽고 싶고. 정말로 궁금한 영화만 보고 싶고. 정말로 애정하는 것들만 기억하면서 살고 싶다. 

탁상 시계가 2개가 미묘한 차이로 똑딱똑딱 시침 소리를 번갈아내며 돌아간다. 만져질 정도로 시간이 뚜렷하게 흘러가. 콧속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정직하게 차갑다. 보일러는 15도로 맞추어놓으라고 관리인의 안내가 있었는데, 지금 보일러 컨트롤러의 온도계는 16도다. 방안에서 니트도 코트도 입고서 일하는 상황. 하지만, 왠지 나쁘진 않다. 좁은 방이지만 맘에 든다. 

커피를 내리려고 주전자에 물을 끓이면, 방과 부엌의 경계를 가르는 유리문에 김이 서린다. 방안에 빨래를 말릴 때는 환기를 해야 할 정도로 습하나 싶었는데, 또 막상 빨래를 걷고 환기를 열심히 하니까 겨울 공기답게 건조해서 새벽녘에는 목이 따끔따끔. 물을 끓일 때는 유리문을 열어놓고 끓여야겠어. 공기가 얼마나 수분을 머금나 체크해야 결로가 생기지 않으니까, 지금 내가 얼마나 공간을 관리하고 있나 신경을 쓰게 돼. 베란다도 빨래를 말릴 때는 환기를 열심히 하고, 빨래를 걷을 때는 난방을 위해 문을 꼭꼭 닫고. 타이밍 맞게 창문을 열고 닫고 온도 조절을 하니까, 결로가 사라졌다. 방범창이 안 되어 있어서 환기를 할 때마다 창문을 잠그고 풀고 신경을 쓰는데, 뭔가 내 집을 지키는 의식 같기도 해. 열었다 닫았다, 잠궜다 풀었다. 나갔다 들어왔다, 가두었다 내보냈다. 

식재료를 사고 소비하는 사이클도 더 신경을 쓰게 되었다. 냉장고가 텅 비어있으니까 지금처럼 정리정돈 완벽하게 되어 있는 상황을 계속 유지하고 싶달까. 이제는 더이상 욕심내지 않고, 정말로 요리할 재료만 사야지. 3만원에 맞추려고 억지로 끼워맞추지 말고. 

나는 손이 시려운 이 방에서 얼마나 더 있게 될까. 얼마나 더 있고 싶어질까. 생각을 좀 해보고, 내년의 계획을 짜야할 것 같다. 







덧글

  • 말썽쟁이 소년 2016/01/05 18:39 # 답글

    뒤늦게 리더를 보고 섣부르게 한마디 보태봅니다. 허기와 피로, 추위와 친하게 지내다 보면 마침내는 외로움도 친구가 되는 마법이 벌어집니다. 물론 삶의 빛깔이란 그 갈래가 사방팔방 산란하는 빛과 같지만, 쪼 없는 우리가 쫄 수 있는 건 결국 한 방향이니, 무엇을 믿고 사는지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는데 뱅뱅이만 돌기 마련이니, 지금의 그 고민 혹은 결정이 참 뭐랄까 부러워 보인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모쪼록 즐거운 새 핼, 만들어가는 일상 펼치시길 바랍니다. 초면에 이러니 저러니 실례가 많았습니다. 혹 언짢은 부분이 있으시면, 용서해주세요.
  • 람람 2016/01/12 23:50 #

    쪼가 뭔가요. 핼은 또 뭔가요. 해독이 힘드네요.
  • 따뜻한 허스키 2016/01/13 07:03 # 답글

    저도 환기 좋아해요^^// 내집에 공기를 주는 느낌^^!! ( 아 물론 집주인은 따로 있지요^^;; ㅋㅋ결로 안생겨서 부러워요ㅜㅜ저희는 작년에 호되게 고생했거든요ㅜㅜ
  • 람람 2016/01/17 23:43 #

    바깥 기온과 실내가 15도 이상 차이 나지 않게 하시는 게 포인트인 듯요. ^ㅅ^ 환기 자주 시켰더니 요샌 15도 이상 차이 나도 결로 안 생기더라고요. 대신 건조해서 콧속이 따끔따끔. 그래도 빨래 말릴 땐 가끔 창문 만져보고 물기 있나 없나 체크해요. ^ㅅ^ 사라져라 결로결로!!!!
  • 말썽쟁이 소년 2016/01/14 00:59 # 답글

    생소한 어휘 사용해서 읽기 어려운 글 적은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쪼는 거드름을 뜻하는 남도 방언이고, 핼은 해를을 줄인 겁니다. 대댓글 달고 싶었는데 지원하지 않는 것 같네요.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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