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REVIEW_DRAMA


내가 응답하라 시리즈는 전혀 보고 싶지 않았는데, 1020 세대에게 워낙 신드롬이라서 어쩔 수 없이 챙겨보았다. 트렌드를 읽는 것 또한 업무소양을 높이는 일환이니까. 

그동안 응답 시리즈는 대부분 남편찾기, 라는 목적을 향해서 움직였다고 하는데. 요번 응8도 같았다. 

내 눈에는 처음부터 택이 밖에 안 보였고, 둘의 감정선만 스트레이트로 작동하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정팔과 덕선의 감정선만 보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츤데레와 짝사랑 감수성을 통해, 이룰 수 없는 연애관계에 동감하는 1020 아이들이 많아서일까. 이렇게 우리는 오늘도 전혀 실제로 도움 안 되는 연애스킬을 배운다. 

연애를 하려면 친해져야 하고 단둘이 만나야 하고 표현을 솔직해야 해야 해. 타이밍도 잘 맞추어야 하고, 상대에게 중요한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아야지. 매번 핑계만 대고 반대로 표현하면서 무슨 연애니. 

연기하는 배우도 자신이 남편이 될 줄은 몰랐다고 인터뷰하는 내용을 보았는데. 연출자나 작가의 의도를 맞게 읽어 낸 내가 보통인지, 연기하면서도 몰랐던 요즘 아이들이 보통인지 모를 일이다.

영화가 80년대 후반을 그리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만. 영화 속 그녀들의 삶은 여전히 내 눈에는 어마무지하게 불편했다. 보조적인 존재로, 감정에 휘둘리는 존재로, 미약하게 반항해보지만 이내 역할로 돌아가고 마는, 불쌍하고 무해하고 연민 느껴지는 존재들. 거기다가 덕선과 보라도 마찬가지지. 오직 연애와 결혼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그녀들이 삶에 대해 갖고 있었을 다른 가치들은 조명되지 않아 캐릭터의 입체성이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쨌거나 이건 연애 드라마니까 뭘 어쩌겠냐마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너무나 착하고 반듯하고 소심하고 서로 위하며 살아가는데. 그나마 버럭대며 폭력적인 언사를 일삼는 인물들도 연민으로 버무려지니, 도무지 미워할 수 없고 탓할 수 없는, 그저 소시민들의 삶. 나에게 80년대가 그립냐 하면, 어림 반푼어치도 없게 싫은데. 내 주변의 모든 가족들이 여성을 억압하고 지배하고 그 안에서 무기력하게 신세한탄하며 살아가던 삶이 여실히 새겨져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어떤 것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고, 그저 답답하고 슬프고 갈곳 모르고 배고프던 기억만이 선명하기 때문에. 아직도 나와 형제들이 모이면, 어린 시절 얼마나 결핍되고 힘들었나 하는 기억들을 이제서야 솔직하게 꺼내는 상황이라. 매번의 가족모임이 한풀이 시간처럼 지나는데. 그래도 지금은 밥벌이는 하니 다행이지 않니, 하지만. 여전히 잠잘 시간도 없이 힘들게 일해야 하고 노후는 알 수 없는 계층이다 보니. 더더더 힘들었던 80년대가 추억이겠나.

연애 드라마로만 본다면, 모두가 공부 잘해서 어려운 환경에서 벗어나 신분상승하는 가운데 연애도 잘하고 결혼도 잘 해서 해피엔딩이니, 더할 나위 없는 작품이 되겠다. 

이 작품을 통해 탄생한 젊은 배우들의 인지도 또한 축복해야 할, 연예계의 자산이겠지. 






별점 OOOI (어린시절 향수가 달콤한 이들에겐 그저 행복한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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